세 가지 핑계거리로 최근 포스팅을 전혀 하지 못했다.
1. 갑작스런 와이프의 수술
2. 장염으로 2주간 고생한 나
3. 인프랩 과제 및 면접 준비
거의 한 달 가까이 아무런 포스팅이 없었는데, 이 정도로 아무것도 못 한 건 아마 처음이지 않나 싶다.
다행히 건강은 전부 회복되었고 인프랩 개발자로 지원했던 채용 프로세스도 끝이 났다.
잡플래닛에 면접 리뷰를 작성할까 하다가, 내가 면접을 위해 관련 경험들을 찾아볼 당시 인프랩 면접 후기글이 전무했다.
누군가 지원할 때 도움이 될까 싶어 블로그에 회고를 작성한다.
처음으로 가고싶은 회사가 생겼다
지난 6월에 데스커 라운지에서 향로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연예인으로서의 향로가 아니라(?) CTO로서의 향로님을 처음으로 접해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좋은 리더가 있는 팀 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인프랩 이라는 조직에도 관심이 생기더라. 오픈되어 있는 인프랩 스토리와 실Log 등 인프랩에서 작성하는 다양한 자료들을 구경하며 막연히 부러워했다. 이때 당시에는 정말 가고싶은 회사인지, 갖지 못한 개발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인지 잘 몰랐다.
인프콘에 참여하고 인프랩에 대해 관심이 더 커졌다. 인프콘 회고에서 남겼던 것처럼, 보통의 컨퍼런스에서는 기술적으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세션들을 골라서 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인프랩의 세션만 중점적으로 들었다. 이전에 느꼈던 개발 문화에 대한 동경에 더해, 인프랩 팀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을 최우선하면서도 팀원 간 소통이 정말 잘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감히 내가 정의하는 좋은 개발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다. 인프랩은 이미 퇴근길 밋업, 인프콘, 기술 블로그 등의 외부적인 공유 문화와 내부적으로도 서로 공부하고 리뷰하며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들었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볼 때, 내게 네카라쿠배 이상의 꿈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과제와 기술 면접
과제는 2주 동안 진행되었고 할만했다. 다만 개발자의 기본기를 상당히 중요하게 보는 과제였다. 프레임워크의 숙련도보다는 JS/TS, 테스트, 설계, 구조 등을 더 중점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기술 면접은 2시간 가량 진행됐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력서와 과제를 바탕으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지금 돌이켜봐도 면접 경험이 정말 좋았다. 면접관분들이 시간 내서 면접자의 이력서와 과제를 꼼꼼히 읽어보고 준비했다는 게 느껴졌고, 이력서의 나에 대해 기술적으로 궁금한 점과 더불어, 계속해서 과제에서 작성한 코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면접보다는 코드 리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코드리뷰를 받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황홀했다. 현 시점의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혼자 일하다보니 코드레벨에서의 교류가 없었는데, 선배 개발자분들께 조언을 공짜로 많이 얻었다.
면접장을 나오면서,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었지만 왠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조직에서 어떤 기술들을 선택할 때 그 이유가 명확하게끔 기준을 세우지만, 과제에서는 그런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레이어에서 현재 사용중인 데이터베이스 라이브러리에 의존성이 너무 컸다. 이런 문제를 면접에서 개선 방향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어느정도 인식을 하긴 했지만 이를 개선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불합격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문화 면접
기술 면접 이틀 뒤, 인프랩에서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가슴이 뛰었다. 차주에 문화 면접을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보통 예상되는 지원 동기나 각오를 묻거나 압박 면접은 없었다. 문화 면접에서는 개발자로서의 나,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 발가벗겨지는 기분이긴 했지만 이 또한 좋았다.
면접에서는 내가 개발자로서 부족한 점을 어떻게 공부해나가는지, 그 때의 기분은 어떠한지, 또 나의 성격이 어떤지 등을 구체적인 상황들을 통해 파헤쳤다. 그리고 인프랩의 방향성과 나의 가치관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결과
오늘 메일이 한 통 왔다. 지난 주 목요일에 면접을 진행했으니 영업일로 2일 지났다.
정말 합류하고 싶었던 회사였고, 최종 면접까지 갔던 만큼 기대감이 컸었다.
그래서인지 최종 불합격 통지를 받고 세 시간 정도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모자랏기에 떨어졌을까를 알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회고를 작성하면서, 인프랩과 내가 핏이 맞지 않았으니 떨어졌겠지.. 하며 아쉬움을 훌훌 털어낸다.
무엇보다 이번 면접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매우 기쁘다. 특히 기술 면접에서 얻은 메타인지를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명확히 알게 되었고,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성장 방향이 더 뚜렷해졌다.
나는 언제나 부족함을 양분 삼아 성장하는 성향이기 때문에, 이런 명확한 방향성을 얻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이번 면접에서 특히 코드 레벨에서의 공유 경험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처음 해본 코드 리뷰 비슷한 경험을 통해 내 코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었고, 공유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력서에서처럼, 내가 정의하는 좋은 개발자가 되어 공유의 가치를 블로그 외에도 여러 세션에서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더 달려나가야겠다.
기타
인프랩
이런 퇴사 회고글들만 둘러보더라도, 퇴사자들에게까지 좋은 평가를 받는 회사는 도대체 어떤 회사일까? 라는 생각을 해왔다.
회사 내부 문화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면접들을 통해 경험해보니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되 듣는 사람의 기분을 많이 배려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잘 대답하기 위해 얘기를 잘 들어주시는 등의 기본적인 사람들의 태도, 습관 등이 너무 좋았다.
문화 면접에서, CEO님이 현재 조직에서 어떤 사람의 본받을 점이 있다면 소개시켜달라는 질문에, 항상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경청하는 자세로 업무 내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업무 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분의 일화를 말씀드렸다. 인프랩에서는 모두가 그랬을까? 면접 중에 듣기로는 그건 기본이 되어야하는 자세이며 우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생각보다 아닌 사람도 많기 때문에..)
잡플래닛 리뷰
인프랩에서, 면접의 부정적인 경험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경험은 정말 긍정적이었다.
특히 인프콘 전후로 상당히 바쁜 시기였을텐데도 소통이 원활했고 대기 시간이 짧았다. 과제 자체가 2주로 길었을 뿐 과제 제출 후 1주일 이내로 피드백이 왔고 면접 결과는 2~3일 이내로 항상 도착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과제 피드백에서 엄청난 양분들을 얻어갈 수 있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느낌으로 코드 레벨에서 깊이 있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세줄 요약
1. 문화 면접에서 탈락했다.
2. 잡플래닛의 면접 리뷰의 부정적인 경험들은 없었다. (상이할 수 있음)
3. 현 시점의 개발자로서의 스킬들에 대한 메타인지를 정확히 할 수 있었다.
2023.04 ~ 백엔드 개발자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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