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개발자로 살아남으려면 - 백엔드 개발자의 스타트업 수습 회고

회고 2026. 2. 23. 22:34
728x90
728x90

서론

이직 후 딱 3개월이 되는 오늘, 수습 전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돌아보면 정신없었다. 이전 환경과 달리, 스택도 도메인도 업무 방식도 전부 다른 환경에 던져졌다. 이전 회사에서는 IDC 환경에서 NodeJS를 사용했다. 현재 조직에서는 Django와 AWS를 사용한다. 모든 게 낯설고 적응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혼란스러웠고, 지금도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다. IDC에서 콘솔을 들여다보는 게 문제여서 PLG로 모니터링 인프라를 구축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무언가 시도하려고 파닥거렸던 것 같다.

 

 

 


 

수습 회고

기획이 버무려진 디자인을 받으면 스스로 판단해서 구현하는 환경에서 2년가량 근무했다. 소통의 필요가 적었고, 혼자 깊게 고민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문제는 성장이 정체된 느낌이었다.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안정적으로 다니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물론 극복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사내에 여러 레퍼런스를 공유하고, 오픈소스 기여도 활발하게 하는 등 열심히 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의 성장이 가져다주는 것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했다. 나는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기여하고 기여받는 선순환 구조를 원했다.

그래서 이직했다. 완전히 새로운 도메인의 스타트업. 5년 이하 주니어 개발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다들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서로 공유하는 문화. 제품에 깊게 관여하고, 개발 외에도 제품적 사고를 하는 조직. 여기라면 내가 원하는 환경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택이 바뀐 건 예상했지만, 업무 방식의 변화는 예상 밖이었다.

전 직장에서는 대부분 하나의 프로젝트씩 순차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조직은 스프린트 단위의 잦은 회의, 노션이나 슬랙 등 여러 업무 도구들에 분산된 정보들이 쏟아졌다. 단순히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었다. 어제 회의에서 뭐라고 했는지, 그 결정이 노션 어디에 있는지, 슬랙 어느 채널에서 논의가 이어졌는지 이걸 따라가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나는 잘 잊어먹는 스타일이라 이게 치명적이었다.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서 빠르게 적응을 해야했다. 그래서 MCH라 불리우는 업무를 위한 보조 도구를 만들게 되었다.

 

회의 중 발생하는 컨텍스트(텍스트/음성)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분류하고, 프로젝트별로 체이닝해서 관리하는 TUI 도구를 만들었다. 마이크 녹음 → 자동 청크 분할 → STT → 임베딩을 통한 분류까지 추가했다. 나와 더불어 성장하고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같이 높일 수 있도록, 컴파운드 엔지니어링과 유사한 TIL도 추가했다. 점진적인 교정을 위한 도메인 용어 교정 사전도 넣었다.

 

 

이 데이터를 재활용해서 워크로그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오늘의 미팅, 코드 활동, AI 세션, GitHub 활동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도구. 하루 만에 MVP를 완성했다. 이 도구를 통해 조직에서의 나의 컨텍스트 관리를 정말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MCH를 만들 때는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이 없었다. 그냥 내가 혼란스러워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들었다.

 

이번엔, 현재 조직에서 ROI가 높은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마땅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 조직의 슬랙 오류 제보 채널을 보면서 이거 매번 사람이 봐야 하나?라는 의문을 가졌다. 대부분 간단한 수정이기도 하고 이미 Agentic Workflow는 자리잡았기 때문이었다.

 

n8n 워크플로우 엔진 위에 Claude Code를 커스텀 노드로 올리고, Slack에서 앱 멘션으로 트리거하는 핫픽스봇을 만들었다. CS 문의가 들어오면 AI가 코드베이스를 분석하고, 원인과 수정 방안을 Slack으로 보고하고, 버튼 하나로 PR까지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전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개발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깎아나가는 중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이것들이 결국 AX의 출발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가 파편화되어있다 는 나의 문제, 반복적인 오류 분석에 시간을 쓴다 라는 기존 워크플로우의 문제도 모두 조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I로 기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했던 덕분일까? 테크 조직 내에서도 2026년 목표에 대한 얘기들을 했을 때, 자연스레 AX로 역할을 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AX를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자동화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던 와중 일론 머스크의 어떤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들었다.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벡터다. 진전은 그 모든 벡터의 합으로 결정된다. 대기업에선 벡터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기 쉬워 합이 0이 된다. xAI는 엔지니어 팀은 작지만 모든 벡터가 같은 방향을 향한다. 그래서 합이 크게 나온다.

 

크기가 아무리 커도 방향이 다르면 의미가 없다. AX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단순 자동화가 목적이 아니라, 조직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X를 AI 도입이 아니라 MCH를 만들 때처럼 문제 해결로 접근하자. 솔루션이 아니라 문제에서 출발하자. 이 생각을 조직 대표님과의 커피챗에서 나눴다. 

 


AX를 위해 조직원 한 명 한 명 일정을 조율하고 커피챗을 시작했다. 업무의 문제점과 불편함을 묻고, AI를 어디 사용하고 계시는지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있다.

 

 

 

3개월동안 스프린트를 통해 제품 중심의 사고와 소통하는 방향에 대해 가닥을 잡고, 조직의 문제를 AI와 연계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조금 더 문제를 잘게 쪼개고, 소통도 작게 작게 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더 많고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조직에 다채롭게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다.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할지 모르겠다.

나름 여러 시도들을 하면서도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AI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모르겠다.

수습 기간동안 작업물들을 보면 백엔드 모노레포에 커밋이 835개, 기타 작업물들을 합치면 1500개 가량의 커밋을 올렸다.
Claude의 JSONL 세션 파일이 960개가 넘고, 최근 Codex를 병행해서 사용하니 5GB가량, 1000개 가량의 세션 파일이 있다.

 

숫자가 많은지 적은지는 모르겠고, 이 모든것이 AI로 작성되었다는게 주제의 핵심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 to Z 코딩을 했던 과거에서, 트렌드에 맞게 나 또한 의사 결정만 수행하고, AI 에게 코딩을 시키고 오케스트레이션만 수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코드를 쓰면서 이 로직은 왜 이렇게 돼야 하지? 를 코드 레벨에서 사고했다. 지금은 단순 코드보다는 구조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한다. 관점이 코드에서 시스템으로, 구현에서 설계로 이동했다.

이게 성장인지, 아니면 하드스킬의 도태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게 불안하다고 느낀다. 어느 정도 개발력이 되는 개발자분들과 달리, 저연차의 주니어 개발자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지식이 많이 달린다고 생각했다.

 

 

 

최근 본 개발바닥의 강바닥에 벽돌 쌓기 영상에서 들은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갖추고, 그 결과물이 실제 요구사항에 적합한지 평가하기 위해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아직 내가 좋은 코드를 알아보는 눈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AI가 아무리 코드를 잘 써줘도, 그 코드가 이 프로젝트의 맥락에서 적절한지 판단하는 건 나의 몫이다. 하지만 현재 업무를 병행하면서 속도를 내기 위해선 이제 AI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도 느낀다.

AI 때문에 더 조급한 요즘, 더 차분하게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보려고한다.

728x90
300x250
mag1c

mag1c

2년차 주니어 개발자.

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