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신입으로 입사해서 만 2년 2개월을 근무했던, 아이패밀리SC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첫 퇴사이기에 조금 싱숭생숭합니다.
이 글은 그간의 경험을 정리하고, 다음 선택에 조금 더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남기는 회고입니다.
왜 퇴사했는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 개발 위주의 회사가 아니라 회사 성장에 직접적이고 폭발적인 기여를 하기 어렵다고 생각함
- 홀로 기술적 의사결정을 감당해야 했던 환경


현재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색조 화장품 브랜드 롬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현재의 구조 속에서 IT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긴 어려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자의 기여 범위가 한정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웨딩 도메인 영역의 백엔드와 서버, 인프라 전반을 담당했습니다. 팀 내에서 저와 유사한 포지션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기술적 의사결정을 스스로 고민하고 진행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조직에서는 제가 내린 결정들을 존중해주셨습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의사 결정을 위한 공부와 시행착오들을 겪고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릇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매몰되는 감정도 동반되었습니다.
개선을 위한 시도들
혼자 기술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신입 개발자에게는요.
메시지 큐 도입이나 MyISAM 트랜잭션 모듈 SDK 구현처럼 새로운 시도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스템을 설계하고 트레이드오프를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내부에서 한계가 분명해 보였기에, 기술적인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 외부로도 눈을 돌렸습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기술 스택을 기반으로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했고, 약 1년간 40여 개의 PR을 제출하면서 꾸준히 성장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또한, 외부에서 배운 것을 내부에도 녹여내기 위해, AI 도입과 같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AI 도입을 제안해 클로드 코드 맥스, 커서 프로, GPT 프로 등 여러 AI 도구를 팀 차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는 AI 활용법과 효율적인 프롬프트 설계에 대해 발표를 진행하며, 기술적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고자 했습니다.
개선하지 못한 것
퇴사를 앞두고 되돌아보니, 기술적인 시도나 성장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개발 문화나 조직적인 아이디어 제시 측면에서는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조직에서는 기술적 깊이뿐 아니라 팀의 방향성과 문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합니다.
내가 찾고자 했던 환경
이번 퇴사를 계기로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길 원하고, 어떤 조직을 원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바라던 환경은 단순히 좋은 복지나 기술 스택이 맞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개발자로서의 성장 욕구가 살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성장의 방향이 조직의 목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팀, 그리고 그 속에서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며 함께 나아가는 긍정적인 사이클이 존재하는 환경을 원했습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저는 더 깊이 몰입하고, 더 많이 배우며, 더 오래 즐겁게 성장하고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몰입과 몰두
개인의 역량이 존중받고, 각자의 일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함께 이루어내는 성취의 과정으로 느껴지는 곳.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보다 ‘왜 이걸 하는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목표 공유와 주인의식
비즈니스의 목표와 팀의 방향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구성원 모두가 그 목표를 자기 일처럼 고민하는 조직.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같이 목표를 이뤄가는 사람으로 대우받는 팀.
성장을 원하는’팀이 아니라, 성장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팀
배움과 도전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학습하고 실험하며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나아가 서로의 성장을 자극하고 도와줄 수 있는 팀 문화.
마치며
딱히 스택이나 직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찾기 위해 여러 채용 전형을 진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러 곳에서 제게 기회를 주셨고, 그중에서 제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방향성을 가진 곳으로 최종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9월 4일, 신입으로 입사해 2025년 11월 7일 퇴사합니다. 2년 2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미성숙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그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조직생활을 시작하며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늘 믿어주시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기술연구소 임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좋은 개발자’는 혼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며 조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다음 조직에서는 더 깊이 몰입하고, 더 넓은 시야로, 팀과 함께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합니다.